김치에서 고추가 빠지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으니, 고추의 수입에서부터 보아야 하겠습니다. 고추가
임란 뒤에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는 사실은 꽤 잘 알려진 상식입니다. 그리고 이 고추가 한식에 도입되면서 한식이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. 그래서 한국음식의 대가였던 고 강인희 교수 같은 분은 고추의 수입기를 한식의 완성기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. 그런데 고추가 들어와서 곧 김치에 쓰였던 것은 아닙니다. 김치에 고추가 쓰였다는 기록은 18세기 중엽의 문헌인 [
증보산림경제](1766) 같은 책에 처음으로 나옵니다. 이것은 고추가 들어온 지 150년쯤 지나서야 김치에 쓰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. 그러면 그 전에는 김치에 무엇을 넣었을까요? 한국인들은 매운맛을 좋아했던지 그 전에는 김치에
초피가루를 넣었다고 합니다. 흔히 산초와 많이 혼동되는 초피는 초피나무의 열매로 만드는 토종 향신료로 추어탕 등지에 넣어 먹는 까만 가루를 말합니다. 그런데 이 가루는 나무에서 열매를 따서 가루로 가공하는 과정이 너무 번거로워 이용에 불편이 많았다고 합니다. 그에 비해 고추는 재배하기도 쉽고 가공하기도 쉬워 한국인들에게 큰 인기를 끌게 됩니다. 아마 매운맛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에게 고추는 최고의 향신료였을 겁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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